'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'을 만남
매년 연초 계획이 독서일만큼 독서를 통해 나를 키우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지만 올해는 특히난 그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. 좀처럼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지 못했고 독서를 안 한지 오래될 수록 슬럼프가 와서 책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책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. 그러던 중 제주의 한 카페 겸 서점 '동경앤책방'에 들렸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. 카페 사장님은 하루키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. 그 곳에서 하루키의 신작이 나왔다는 것을 발견하고 반가워서 도서 주문을 하였습니다.
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'상실의 시대'를 매우 흥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. 그 이후로 하루키 책을 몇 권 읽었고 최근에 나온 책들은 몇 번 읽다가 실패했습니다. 1Q84 같은 책들. 카페에서 책의 표지를 보고 몇 장의 페이지를 읽으면서 두껍기는 하지만 왠지 지금 나라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며칠 제주 바다를 흠뻑 보고 와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그런 감성의 나날이였습니다
하루키의 판타지에 빠지다
제주도에 돌아가는 다음 날 새벽 배송으로 주문해 놓았기에 새벽에 나아가 초록색 표지의 책을 받아들였습니다.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 내용에 흠뻑 빠져 들고 있었습니다. 책을 읽다가 느끼는 오랜만의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습니다. 책 속에 펼쳐지는 다양한 판타지 중간 중간 현실적 느낌의 삶이 어우러져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. 주인공의 느낌, 경험, 감정, 사건들을 표현하는 단어나 묘사가 그 전에 느꼈던 하루키의 매력이었어서 조금 설레었습니다.
주인공의 유년 시절의 핵심 기억은 저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.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이긴 하지만 그래서 기억은 다소 희미하지만 그 시간들을 말이나 언어로 표현한다면 저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그렇게 그 떄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글들을 보면서 그 때의 내가 된 듯 설레었습니다.
판타지적인 요소들은 개연성을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. 그냥 책의 흐름에 맡기어 자연스럽게 읽아나갈 수 있었습니다. 판타지적인 설정 요소들을 읽으면서도 그 자세한 묘사들이 놀라웠고 눈을 감고 그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. 긴 시리즈의 판타지 영화를 본 느낌이었습니다. 그런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. 800여 페이지를 읽는 동안 머리와 가슴이 좀 더 어려진 느낌이 들었습니다.
'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' 스토리
소설에는 두 개의 세계가 등장합니다. 현실 세계와 거대한 벽에 둘러싸인 다른 세계. 두 세계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비로소 이어집니다. 작가의 말에서 하루키는 의도적으로 두 세계를 잇고자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. 이 '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'이라는 소설에 몰입했고 두 세계를 각자 그리다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의도대로 자연스럽고내게는 만족스런 결말을 이끌었습니다.
등장인물들의 신비스러운 설정들도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. 그런 설정들이 어렵지 않게 그려져서 읽어나가는데 흥미를 유지한 채 수월하게 한 호홉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.
한 가지 주인공의 실체와 그림자가 나뉘는 설정이 있는데 그 설정이 개인적으로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. 내 자신이 실체인지 아니면 그림자인지 나중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의 주인공의 생각이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내 자아에 대한 생각들과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. 물론 내 자신은 이 현실 지금 이순간 실재하고 있지만 그건 내 자신이 아닐수도 있다고 그림자일 수도 있고 어떤 내 자신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. 중간에 주인공의 스토리처럼 그려지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림자의 시간들이였던 것처럼 말입니다. 자아에 대한 고민, 상상의 끝은 항상 아무려면 어떤가라는 결론입니다. 그래서 그런 이 소설의 설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.
오랜만에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. 약간 어두운 조명과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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